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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프랑스 밀가루의 분류법 (T45,T55,T65)

by 박광식지식백과 2023. 5. 9.

밀가루는 빵, 케이크, 파이 등 다양한 베이킹 제품을 만들 때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백질 함량에 따라 분류하고, 프랑스에서는 회분 함량에 따라 분류하는 등 밀가루의 분류 방법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같은 등급의 밀가루라도 제품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사용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국내와 프랑스의 밀가루 분류법의 차이와 각각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 밀가루의 분류법

한국에서는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등으로 밀가루를 분류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밀가루 종류를 분류할까요? 참고로 우리나라의 밀가루 분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제 블로그에 따로 정리된 글을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차이 비교해보기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차이 비교해보기

마트에서 밀가루를 고르다 보면 밀가루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오늘은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밀가루 종류인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에 대해 자세히 비교해 보고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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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밀가루 분류와 다르게 프랑스에서는 T45, T55, T65처럼 알파벳 T 뒤에 숫자를 붙여서 분류합니다. 이 T는 'taux de cendres'의 T를 뜻하고 '밀가루의 회분율'이라는 의미입니다.

 

회분율의 T에서 짐작하시는 것처럼 프랑스에서 밀가루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밀가루의 회분 함량입니다. 회분이란 밀가루를 태웠을 때 남는 재(ash)의 양을 말하며, 이는 곧 밀의 도정 정도를 나타냅니다.

 

밀가루의 회분 함량이 높을수록, 밀의 겨층과 배유의 바깥 부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음을 의미 하는데요. 이러한 부분에는 섬유질,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밀가루가 정제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며 회분의 양은 밀가루의 영양성과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즉, 도정을 많이 할수록 밀가루의 입자가 고와지고 부드러워지며 도정을 적게 하면 밀가루는 거칠고 강한 풍미를 가지게 됩니다. 회분 양이 적으면 입자가 더 부드럽고 고운 편이며 영양성분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등급이 낮다고 해서 품질이 나쁜 밀가루라는 뜻은 아닙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회분을 측정하는 기준으로는 900°C에 10kg의 밀가루를 1시간 반 태웠을 때 남아있는 회분(재) 함량을 기준으로 나누게 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태우고 남은 회분의 양이 45g이면 앞에 알파벳 T를 붙여 T45, 55g이면 T55, 65g이면 T65 같은 식으로 T150까지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T45 T55 T65 T80 T110 T150
회분 0.5 미만 0.5~0.6 0.62~0.75 0.75~0.9 1~1.2 1.4~1.6
입자 매우 곱다 곱다 적당하다 약간 거칠다 거칠다 매우 거칠다
쓰임새 크로와상 바게트 비스퀴 파스타 통밀빵 통밀빵

 

 

프랑스 밀가루의 종류

T45

T45는 회분 함량이 0.45%인 밀가루로, 프랑스의 밀가루 중에서 가장 도정이 많이 된 밀가루입니다. 도정이란 밀의 껍질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T45는 이 과정을 많이 거쳐서 껍질 부분이 가장 적게 남아있습니다.

 

이 껍질 부분이 바로 앞서 설명한 회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T45는 이 회분 함량이 10kg의 밀가루를 태웠을 때 45g 이하인 밀가루를 말합니다. 단백질 함량은 다른 프랑스 밀가루와 큰 차이가 없고 10~12% 정도입니다.

 

T45는 회분이 적기 때문에 색깔이 가장 하얗고 입자가 곱고 부드러우며, 전분 함량이 높고 글루텐 함량이 낮아 작업하기가 편하며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 고배합의 반죽, 즉, 설탕, 계란, 버터 등이 많이 들어가는 레시피에 적합한 밀가루입니다.

 

T45는 주로 크로와상, 빵 오 쇼콜라 등의 특유의 층을 쌓아 만드는 식감을 만들기 위해 반죽에 버터를 넣고 반복적으로 접고 펴는 방식으로 만드는 페이스트리나 식빵, 브리오슈 등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류인 비에누아즈리 등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T45는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장점은 있지만 밀가루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적고, 섬유질과 각종 미네랄이 부족해서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T55

T55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밀가루로 회분 함량이 0.55%인 밀가루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박력분이나 중력분에 가까운 밀가루로, 글루텐 함량은 10~12%로 역시 중간 정도입니다.

 

이 밀가루는 T45와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역시 하얀색이 특징입니다. 바게트, 치아바타, 제누아즈, 슈크림 등 좀 더 다양한 빵에 사용되며 반죽이 잘 섞이고 부풀어 오르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재료와도 잘 어울리지만 밀가루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적고 섬유질과 각종 미네랄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T45와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T55 밀가루는 부서지기 쉬운 과자, 케이크, 구움과자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T65

T65는 회분 함량이 0.65%인 상대적으로 거친 밀가루로, 우리나라의 강력분에 가까운 밀가루라 할 수 있으며 글루텐 함량은 대략 11~13% 정도 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밀가루 T65와 우리나라의 강력분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의 밀가루 T65는 회분함량이 0.62~0.75%이고, 한국의 강력분은 회분함량이 0.4~0.6% 범위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밀가루 T65는 한국의 강력분보다 약간 더 껍질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글루텐 함량은 비슷하므로 어느정도는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에서 바게트 등 하드롤 계열의 빵이나 전통 빵에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서 소개한 밀가루들보다 좀 더 구수한 풍미와 단단한 식감을 낼 수 있습니다.

T80, T110, T150

T80부터는 회분량이 높고 밀의 겨와 배아가 일정 부분 남아 있어 통밀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T80, T110, T150 밀가루는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한 통밀에 가까운 밀가루로 알려져 있지만 반죽이 잘 섞이지 않고 다른 재료와의 조화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만드는 데에 다소 기술이 필요합니다.

 

식감이 거칠고 질긴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다른 밀가루와 혼합하거나 보통 발효와 숙성을 통해 식감을 개선하는데 자칫 다른 재료의 맛을 덮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비율을 잘 맞추어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다른 밀가루들과 다르게 회분 함량이 높아 구수하고 고소한 풍미를 냅니다.

 

하드계열 빵 반죽에 주로 사용되며, 섬유질, 단백질, 미네랄이 풍부해 구운 빵의 풍미와 포만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T110은 겉껍질이나 배아, 미네랄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통밀빵에 주로 사용되고 T150은 밀가루의 껍질과 배아, 배유, 밀기울 등이 90% 이상 포함되어 있어 짙은 색을 띄며 가장 영양가가 높아 주로 거친 통밀빵에 사용됩니다.

 

 

wheat

한국과 프랑스의 밀가루는 서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한국과 프랑스는 밀가루를 분류하는 기준이 서로 다릅니다. 프랑스 밀가루의 경우, 예를 들어 같은 T55로 분류된 밀가루라 할지라도 제분소나 밀의 종류에 따라 글루텐 함량이 제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T45는 박력분 T55는 중력분 하는 식으로 밀가루를 대체하는 것보다 레시피에 따라 밀가루 자체의 글루텐의 함량을 따져보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밀가루에 대해 알아두려면 밀가루 종류인 farine de gruau, farine courante, farine de tradition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두면 좋습니다.

 

1. Farine de gruau

Farine de gruau는 프랑스어로 '고운 밀가루'를 의미하며 일반 밀가루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13%대 이상의 풍부한 글루텐을 가지는 밀가루입니다. 이 밀가루는 빵이나 비에누아즈리 같은 제과류에 특히 적합하며 빵의 탄력과 신축성을 높여줍니다.

 

Farine de gruau는 밀의 어느 부분을 갈아 만들었는지에 따라 T45와 T55타입으로 구분되게 되는데 숫자가 낮은 45는 밀의 중심부에서 가장 가까운 부분을 갈아낸 것을 의미하고, 숫자가 높은 55는 중심부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부분을 갈아낸 것을 의미합니다.

2. Farine courante

Farine courante는 프랑스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밀가루로 주로 T45나 T55로 생산되며, 바게트, 치아바타, 슈크림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됩니다.

 

글루텐 함량은 약 10~13% 사이에 있으며 전분 함량이 높고 색깔은 하얗습니다. 이 밀가루는 다른 재료와 잘 어울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밀가루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적고 섬유질과 각종 미네랄이 부족한 단점도 있습니다.

3. Farine de tradition

Farine de tradition은 프랑스의 법에 따라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밀가루로, 주로 T65 등급으로 생산됩니다. 이 밀가루는 1993년에 제정된 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되는 프랑스의 전통 수제 바게트인 '바게트 드 트라디시옹'을 만들기 위해 사용됩니다.

 

Farine de tradition은 전분과 글루텐 외에 다른 성분들의 함량이 높아 제빵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유의 구수한 풍미와 단단한 식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건강하고 향미가 좋은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밀가루의 글루텐 함량을 비교해보면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Farine de gruau Farine courante Farine de tradition
글루텐 함량 13% 이상 10~13% 10~13%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Farine de gruau이 가장 높은 13%대 이상의 글루텐 함량을 가지고 있으며 Farine courante와 Farine de tradition은 비슷한 10%대 수준의 글루텐 함량을 갖고 있습니다.

 

글루텐 함량이 높은 밀가루는 제빵성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밀가루의 특유의 풍미나 영양소 함량은 적고 글루텐이 적은 밀가루는 탄력이 조금 덜하고 신축성이 낮은 대신 풍미와 영양소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점을 참고해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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