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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길쭉한 스틱 모양의 빵, 그리시니 즐기는 법

by 박광식지식백과 2023. 7. 20.

작고 가느다란 모양에 부드러운 빵의 향기가 어우러진 그리시니(Grissini)는 이탈리아에서 사랑받는 길쭉한 스틱 모양의 빵으로, 이탈리아 핑거푸드(finger food)*의 아이콘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치즈나 햄, 올리브와 함께 먹거나 와인이나 맥주와 안주로 즐기기도 하는 그리시니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핑거푸드는 나이프나 포크, 젓가락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먹는 음식을 말하며 보통 작은 크기로 만들어져 파티나 야외 활동에 에피타이저로도 자주 제공되기도 합니다. 핑거푸드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치즈, 햄, 과자, 과일 등 다양한 음식을 핑거푸드로 즐길 수 있습니다.

 

grissini

그리시니(Grissini)란?

그리시니(Grissini)가늘고 긴 연필 모양의 이탈리아 빵으로, 속은 대부분 비어 있는 형태이며 크래커처럼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시니는 밀가루에 물과 소금, 이스트를 함께 반죽하여 구워낸 빵으로, 이탈리아의 북부 피에몬테 지방에서 유래되었으며 14세기부터 이탈리아 테이블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후에는 나폴레옹이 즐겨먹어 ‘나폴레옹의 지팡이’라는 애칭이 생겼다고도 합니다.

 

그리시니라는 이름은 피에몬테 방언에서 '긴 빵'을 의미하는 'ghërsa'에서 유래되었으며 피에몬테의 주도인 토리노 지방이 그리시니의 기원지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토리노 지방은 그리시노폴리(grissinopoli, '그리시니의 도시'라는 뜻)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리시니의 기원에 대해서는 14세기 후반부터 유래되었다는 이야기와 1713년에 사보이 공국의 첫 번째 왕이 된 비토리오 아메데오 2세(Duke Vittorio Amedeo II)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시니의 기원

1. 게르신으로부터의 유래

먼저, 첫 번째로는 14세기 후반부터 그리시니가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당시 이탈리아 중세에는 게르사(Gehersa)라고 하는 무게가 아닌 개당 가격으로만 판매하는 빵이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강타하였고, 피에몬테 지방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발병한 흑사병에 인구의 약 40%가 감소하는 등 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고, 농민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반란이 일어나며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빵의 가격도 인상을 해야만 했는데, 당시 피에몬테 지방의 상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빵 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빵값을 올리는 대신 빵의 중량을 조금씩 줄여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빵은 두께가 점점 가늘고 작아지면서 게르신(Gherssin)이라 명칭으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리시니로 발전한 시초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 왕을 만든 빵으로부터의 유래

그리시니의 기원으로 알려진 두 번째 이야기는 1713년에 사보이 공국의 첫 번째 왕이 된 비토리오 아메데오 2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비토리오 아메데오 2세는 어릴 때부터 매우 병약한 체질이었는데요. 그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극심한 장 질환에 걸려 몸져눕게 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린 공작이 몸져 눕자 어머니가 다급히 궁으로 의사를 불러 진찰을 받게 해 본 일이 있었는데요. 진단 결과는 충분히 굽지 않은 빵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던 것 때문이었습니다.

 

진단을 내린 돈 발도 페키오 (Don Baldo Pecchio)라고 하는 의사는 자신이 어릴 때 비슷한 증상일 때 어머니가 만들어주었던 두께가 얇고 바삭한 빵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곧바로 궁의 제빵사 안토니오 브루네토(Antonio Brunetto)에게 두께를 얇게 만들어 충분히 익힌 빵을 제공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궁의 제빵사 브루네토는 게르사의 반죽을 작게 떼어내 가늘고 긴 막대 모양으로 만들어 빵을 구웠고, 공작은 이 빵을 먹고 차츰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이 빵을 먹고 호전된 공작은 자라나 훗날 사보이 공국의 첫 번째 왕이 되었고, 그리시니는 왕이 즐겨 먹었던 빵으로 유명해지면서 피에몬테 지방은 물론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전해집니다.

 

그리시니의 종류

그리시니는 다양한 모양과 질감을 갖는데, 참깨, 허브, 치즈가루 등 다양한 재료를 반죽 위에 골고루 묻혀 굽는 방식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특히 가장 잘 알려진 그리시니로는 손으로 밀어서 만드는 그리시니 루바타(Grissini Rubatà)와 반죽을 길게 잡아 늘여서 만드는 그리시니 스티라토(Grissini Stirato)가 있습니다.

1. 그리시니 루바타(Grissini Rubatà)

그리시니 루바타는 가장 전통적인 그리시니의 형태로 토리노 남쪽의 키에리(Chieri) 지역에서 발달하였으며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전통식품 De.Co.(Denominazione Comunale)로 지정되었습니다. 손으로 반죽을 약 40cm 정도로 늘여서 만들기 때문에 반죽 위에 손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이 특징으로 구웠을 때 황금빛이 돌고, 향이 좋으며 빵과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집니다.

2. 그리시니 스티라토(Grissini Stirato)

그리시니 스티라토는 파스타인 부카티니와 잘 어울리는 구멍이 뚫린 빨대 모양의 빵으로, 토리노에서 기원했다고 전해집니다. 반죽을 길게 잡아 늘여서 만들기 때문에 올곧은 빨대 모양을 하고 있으며 바삭바삭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구멍이 뚫려있기 때문에 파스타나 소스와 함께 먹을 때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grissini

다양하게 그리시니를 즐기는 방법

그리시니는 간단한 재료인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만을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가벼운 빵 스틱으로 수프나 스튜와 같은 메인 요리에 곁들여 내기에 적합합니다. 그리시니의 바삭하고 담백한 맛이 메인 요리와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요리와 함께 즐기면 식사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리시니는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와인 테이스팅 시 물 대신 그리시니를 조금 먹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남아있는 와인의 잔향을 씻어낼 수 있어 와인의 맛을 보다 더 깔끔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시니는 또한 프로슈토를 감싸서 즐기는 전채요리로도 유명한데요. 'Grissini al prosciutto'는 프로슈토를 그리시니에 감아서 먹는 형태로, 그리시니의 바삭한 식감과 프로슈토의 진한 맛과 함께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그리시니는 간식용으로 단독으로 먹기도 하지만 빵과 유사한 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식사로도 적합하며 그리시니와 다양한 치즈, 올리브, 드라이 후르츠 등을 함께 곁들이면 깔끔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시니 먹는 방법

그리시니를 올바르게 먹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것은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접어 먹는 것입니다. 그냥 입으로 물고 뜯어서 먹게 되면 식사 예절에 맞지 않다고 하니 레스토랑 등에서 그리시니를 먹을 때는 참고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시니는 한 입 크기로 손으로 접어서 흘리지 않도록 먹으면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딥 소스를 찍어 먹거나 생햄을 감싸 먹거나, 초콜릿을 코팅해서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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